21세기 붓다의 메시지

섬진강이 보이는 전남 곡성 동악산

보석공주 2005. 9. 16. 02:15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실은 기사로써 마침 우리들의 고향 사실 야기꺼리를 내 혼자 읽고

넘어 가기에는 넘 캥겨 전량 옮겨 왔습니다.

사진과 곁들인 글이기에 생생한 현장감이 넘쳐 나기도 합니다.

 

이런글과함께 친구가 알럽에 올려논글 저도 옮겨왔습니다.

제가 중학교때까지 자란 고향입니다.

동악산도 가보고싶구요.

 

 

“어, 섬진강이 계속 따라오네”
섬진강이 보이는 전남 곡성 동악산 등반
서종규 기자
▲ 전남 곡성군 쪽에서 바라본 도도한 섬진강 물과 멀리 보이는 동악산의 모습
ⓒ2005 서종규
곡성군 섬진강가 동악산 청계동에 차를 세워놓고, 오후 3시 삼인봉 능선을 따라 촛대봉으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차를 타고 섬진강가 도로를 타고 달릴 때 그렇게 잘 보이던 섬진강이 갑자기 우거진 나무들에 묻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간밤에 내린 폭우가 멈추었을 뿐 습기를 가득 머금은 산 능선엔 바람 한 점이 없었습니다. 산에 오르기 시작부터 쏟아지는 땀을 연신 훔쳐내며 여름 산행보다 더 버거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 전남 곡성군 청계동에서 본 섬진강 모습과 동악산
ⓒ2005 서종규
약 20분을 땀과 씨름하며 허덕대고 있는데 앞에 가던 윤 선생이 외치는 것이었습니다.
“어, 섬진강이 따라오네.”
우리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빽빽한 소나무 가지 사이로 진짜 섬진강이 우리를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더 잘 보이는 곳으로 오르기 위하여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어느 정도 능선 위쪽으로 오르자 더 길게 섬진강이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간밤에 내린 폭우로 섬진강 물은 많이 불어 있었습니다. 파랗게 맑아 하늘까지 품고 있던 섬진강이 아니었습니다. 붉은 흙탕물이 가득한 섬진강은 높은 산들의 밑동을 파고 돌아 멀리 뻗어 있었습니다. 살아있어 우리의 뒤를 따라오는 거대한 용 한 마리였습니다.

▲ 전남 곡성군 청계동에서 삼인봉 능선으로 오르다 내려다 본 섬진강
ⓒ2005 서종규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 9명이 9월 3일(토) 오후 1시 30분에 광주를 출발했습니다. 이번 산행은 가을 바람이 불면서 그립던 섬진강을 보면서 산행을 할 수 있는 곡성군 동악산을 고집하였습니다. 동료들도 넌지시 섬진강이 그리웠나 봅니다.

전남 곡성의 동악산은 크게 두 산덩어리가 남북으로 놓여 있습니다. 각 산덩어리에는 비슷한 높이의 정상이 있는데 이 두 산덩어리를 가르는 것이 배넘이재이고, 남봉의 형제봉과 북봉에 동악산이 중심이 되어 두 능선으로 뻗어 있습니다. 동악산(735m)은 움직일 동자에 풍류 악자를 씁니다. 천상의 노래, 즉 음악이 울린다(동한다)는 전설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그 유래는 이렇습니다.

“이 산의 개산조인 원효대사가 동악산 성출봉 아래에 길상암을 짓고 원효골에서 도를 베풀고 있는데 하루는 꿈에 성출봉과 16아라한이 그를 굽어보는지라 깨어나 즉시 성출봉에 올라가 보았더니 1척 남짓한 아라한 석상들이 솟아났다는 것이다. 원효가 열일곱 차례나 성출봉을 오르내리면서 아라한 석상들을 길상암에 모셔 놓으니 육시 만 되면 천상에서 음악이 들려 온 산에 퍼졌다 한다. 마을 주민들은 곡성 마을에서 장원급제자가 탄생하게 되면 이 산에서 노래가 울려 펴졌다고도 한다.” (곡성군 홈페이지에서)

▲ 전남 곡성군 청계동에서 삼인봉 오르는 능선에서 내려다 본 섬진강
ⓒ2005 서종규
능선을 따라 오르면 오를수록 먼데 있는 강물이 더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저 멀리 순창에서 뻗어온 물길이 남원 쪽을 지나 압록 쪽으로 뚫고 있었습니다. 즉 하늘에서 내려온 물길이 다시 하늘로 뻗어가고 있었습니다.

우리들의 고질병이 또 도지기 시작했습니다. 걷던 발걸음이 무뎌지기 시작했습니다. 뒤돌아 보고 또 뒤돌아 보고 섬진강에 홀려 있었던 것이지요. 삼인봉 능선에 올라서자 압록 쪽으로 뻗은 물길과 강 옆에 펼쳐진 벼논에는 누런 빛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 전남 곡성군 청계동에서 삼인봉 능선에서 내려다 본 섬진강
ⓒ2005 서종규
사실 동악산의 자료를 찾다 보니 동악산의 높이는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였는지 우리들은 등산을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삼인봉 능선은 오르락내리락 봉우리들이 연이어져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촛대봉에 오르는 길은 아주 가팔랐습니다.

촛대봉에 올라서 우리는 깊은 숨을 들이쉬었습니다. 나이가 든 선배는 많은 음식들을 챙겨왔습니다. 차려 놓고 그 선배는 음식을 입에 대지도 않았습니다. 후배들이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해치웠습니다. 섬진강이 따라와 나누는 대화였는지 시끌벅적한 대화는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모두 흡족한 미소가 얼굴에 번졌습니다. 그 선배의 얼굴에는 더 큰 미소가 흘렀습니다.

▲ 전남 곡성군 동악산 능선에 물들어 있는 단풍
ⓒ2005 서종규
청계동 입구에서 3시에 출발한 우리들은 동악산 아래 삼거리까지 4km를 3시간이 걸려 오후 6시에 도착했습니다. 우리들은 동악산 정상을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삼거리에서 섬진강을 계속 내려다 볼 수 있는 사수곡으로 내려오는 6km의 능선도 만만하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날씨는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잔뜩 찌푸려 있었습니다. 바위들로 어우러진 능선에서 바라본 섬진강에는 안개가 일기 시작했습니다. 바위틈에서 자란 소나무마저 그 씩씩한 손을 뻗어 우리를 위로하고 있었습니다. 세월을 일찍 타고 가는 몇 그루의 나무는 벌써 붉은 얼굴이 되어 있었습니다.

▲ 전남 곡성군 동악산 능선에 바라다 본 남원 들판의 섬진강
ⓒ2005 서종규
바위를 타고 내려가는 발길이 어둠에 사로잡히기 시작했습니다.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능선을 타고 내려가는 길에도 땀은 비 오듯하여 비옷까지 입을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대신 항상 배낭에 넣어 두었던 전등을 꺼냈습니다. 특히 미끄러운 산길에 자신이 없다는 여선생 한 명이 동반하고 있어서 조심스러웠습니다.

일행 중 4명이 앞서 가고, 여선생과 함께 한 5명은 뒤에 처졌습니다. 그믐밤에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인지라 금방 어둠이 사로잡았습니다. 섬진강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사수곡 계곡에서 흘러가는 물소리는 더 크게 우리들을 재촉했습니다. 우리는 전등불에 의지하여 한 걸음 한 걸음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 전남 곡성군 동악산 삼인봉 촛대봉 능선
ⓒ2005 서종규
사수곡에 있는 폭포에 도착했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에도 폭포는 하얗게 절벽에 걸려 있었습니다. 빗줄기는 더욱 굵어져 장대비가 되었습니다. 가끔 번갯불이 환하게 터졌다가 천둥소리가 온 산을 울리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천둥소리만큼이나 크게 울렸던 사수곡의 폭포가 환하게 비친 번갯불에 그 완전한 모습을 드러냈을 때, 긴장감에 싸여 있던 우리들은 한참동안이나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밤 8시, 섬진강가 물소리만 가슴에 진동하는 섬진강매운탕집 평상에 앉아 우리는 매운탕으로 저녁을 먹었습니다. 어둠과 장대비를 뚫고 온 일행은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들려오는 섬진강의 물소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계속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소쩍새 소리가 물소리에 묻혀 있었습니다.

▲ 전남 곡성군 동악산 능선에서 저녁무렵에 바라본 섬진강의 물안개
ⓒ2005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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